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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직업

D DX관리자
2026.09.25 22:15(수정됨) 4 0

 

1990년대부터 2026년까지, 우리가 살아오면서 서서히 잊어버린 일들

우리가 살아가면서 서서히 잊어져 간 것은 무엇일까요. 어린 시절에는 너무나 흔하게 보았던 것인데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게 된 것들이 있습니다. 그때는 그것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당연했기 때문입니다. 동네마다 비디오 가게가 있었고, 사진관에서는 필름을 맡기고 며칠을 기다렸으며, 전화번호를 모르면 114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사무실에서는 타자기를 사용했고, 은행에서는 번호표를 뽑고 창구 앞에 앉아 직원에게 통장을 건넸습니다. 영화관에서는 종이표를 받아 입구에서 직원에게 보여주었고, 버스 안에서는 안내양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PC방에는 지금과는 다른 풍경이 있었고,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에는 삐삐 하나가 사람들의 연락을 책임졌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불편했던 것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는 그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일과 직업이 있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생활방식이 변하면서 그 일들은 하나둘 사람의 손을 떠났습니다. 어떤 직업은 완전히 사라졌고, 어떤 직업은 크게 줄었으며, 어떤 직업은 이름은 남았지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주 먼 옛날의 직업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직접 기억하고 있는 시대를 돌아보고 싶습니다. 1990년대에서 시작해 2000년대, 2010년대, 그리고 2026년 현재까지, 불과 30여 년 사이에 우리의 일상에서 사라져 간 직업들을 바라보면 대한민국이 얼마나 빠르게 변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한국의 직업 변화 자료에서도 1990년대는 컴퓨터의 대중화가 본격화된 시기로, 2000년대는 인터넷이 확산된 시기로, 2010년대는 1인 미디어가 등장한 시기로, 2020년대는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되는 시기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기억하는 직업의 변화는 단순한 직업의 변화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생활방식 자체가 바뀌어 온 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장. 타이피스트

타자기의 소리가 사무실을 채우던 시대

 

1990년대 초반만 해도 타자기라는 물건은 그렇게 오래된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사무실에서 문서를 작성하고, 공문을 만들고, 필요한 내용을 타이핑하는 데 타자기가 사용되었습니다. 그리고 타자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타이피스트라는 직업이 존재했습니다. 타이피스트는 단순히 글자를 입력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빠르고 정확하게 문서를 작성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했고, 한때는 타이피스트가 되기 위한 전문적인 교육과 대회까지 존재했습니다. 고용노동부 웹진 자료에 따르면 1970년 서울에는 타이피스트 학원이 50개나 운영될 정도로 이 직업이 인기를 끌었으며, 1990년대 컴퓨터가 상용화되면서 워드프로세스를 통해 누구나 문서를 작성할 수 있게 되자 타이피스트의 역할이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지금은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이 특별한 기술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누구나 컴퓨터를 켜고 문서를 작성합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빠르고 정확하게 타자를 치는 능력 자체가 하나의 직업이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하는 키보드가 과거에는 누군가의 전문기술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타이피스트가 사라진 것은 타자 기술이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그 기술이 컴퓨터라는 도구를 통해 누구에게나 보편화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앞으로 AI 시대에 벌어질 직업 변화와도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한때 전문가만 할 수 있었던 일이 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되는 순간, 그 일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던 직업은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2장. 전화교환원

사람의 손으로 사람을 연결하던 마지막 시대

 

전화교환원이라는 직업은 1990년대에도 이미 과거의 직업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었지만, 우리 세대에게는 비교적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과거 전화는 지금처럼 번호를 누르면 자동으로 연결되는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교환원이 발신자와 수신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동교환 시스템이 확대되었고 사람의 직접적인 연결 업무는 줄어들었습니다. 한국의 시대별 직업 자료에서도 전화교환원은 과거 대표적인 직업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스마트폰에서 이름 하나를 누르면 지구 반대편의 사람에게도 바로 연결됩니다. 누군가에게 연결을 부탁할 필요도 없고, 전화번호를 기억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참 놀라운 일입니다. 과거에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기 위해 또 다른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기술이 그 역할을 완전히 대신합니다. 전화교환원이 사라진 것은 통신의 발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우리는 더 편리해졌지만 동시에 사람의 목소리로 전화를 연결하던 풍경을 잃었습니다. 이제는 전화 연결 자체를 노동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버튼 하나를 누르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3장. 114 전화번호 안내원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하면 사람에게 물어보던 시대

 

지금 전화번호가 궁금하면 검색창에 입력합니다. 상호명만 알아도 주소와 전화번호, 지도, 영업시간까지 한꺼번에 나옵니다. 하지만 인터넷이 지금처럼 보편화되기 전에는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전화번호를 모르면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를 이용해야 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114였습니다. 누군가에게 전화번호를 묻기 위해 또 다른 전화를 걸어야 했던 것입니다. 현재도 114 관련 번호검색 서비스는 존재하지만, 과거처럼 전화번호를 찾기 위해 사람이 직접 안내받는 방식의 생활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오늘날 114 서비스 역시 인터넷 검색과 함께 다른 형태의 번호검색 서비스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히 전화번호 안내원의 숫자가 줄어든 문제가 아닙니다. 정보 자체를 얻는 방법이 달라진 것입니다. 과거에는 정보가 사람에게 있었습니다. 사람에게 물어봐야 했습니다. 지금은 정보가 데이터베이스와 검색엔진에 있습니다. 우리는 사람에게 묻는 대신 검색창에 질문합니다. 이 변화는 인터넷 시대가 사람의 일과 생활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아주 잘 보여줍니다.
 

4장. 버스 안내양

“오라이”라는 말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이유

 

버스 안내양은 조금 특별합니다.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직업이지만, 한 세대에게는 매우 강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버스 안에서 승객을 안내하고 요금을 받던 사람이었습니다. 한국의 직업 변천 자료에서도 버스 안내양은 과거의 대표적인 직업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 직업은 1990년대 이전부터 이미 빠르게 감소하고 있었습니다. 1982년 시민자율버스의 등장 이후 안내양의 수가 줄기 시작했다는 당시 직업사 자료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버스 안내양을 1990년대의 대표적인 직업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1990년대에 살아가면서 부모 세대의 기억이나 방송, 영화 등을 통해 접했던 사라져 가던 직업의 상징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기억하는 시대와 실제 직업의 전성기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직업은 사라진 뒤에도 한동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습니다. 버스 안내양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직업은 사라졌지만 그 직업을 상징하는 말과 모습은 문화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았습니다.
 

5장. 비디오 대여점 직원

주말이면 비디오테이프를 고르러 가던 사람들

 

아마 1990년대를 직접 살아온 사람이라면 이 장면을 기억할 것입니다. 금요일이나 토요일 저녁이면 동네 비디오 대여점에 들어가 수많은 비디오테이프 가운데 볼 영화를 고릅니다. 영화 제목을 찾고, 배우를 확인하고, 뒷면의 줄거리를 읽습니다.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를 빌려 집으로 돌아갑니다. 다음 날에는 다시 반납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는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비디오 대여점 직원은 어떤 작품이 들어왔는지 알고 있었고, 회원을 관리했으며, 대여와 반납을 처리했습니다. 당시에는 비디오 대여점 자체가 하나의 중요한 생활공간이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서도 1990년대 홈비디오 시장은 VHS 중심이었고, 2000년대에는 DVD가 늘어나면서 포맷이 변화했으며, 이후 인터넷을 통한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형태의 온라인 유통이 등장했다고 설명합니다. 결국 우리가 영화를 보는 방식 자체가 변하면서 비디오 대여점이라는 공간도 함께 사라져 갔습니다. VHS가 DVD로 바뀌고, DVD가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사람은 비디오테이프를 고르고 빌려주는 역할에서 점점 빠져나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영화를 보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습니다. 스마트폰을 켜면 됩니다. 과거에는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사람이 운영하는 가게에 갔지만, 지금은 인터넷에 접속하면 됩니다. 이것은 단순한 직업의 소멸이 아니라 하나의 생활문화가 사라진 것입니다.
 

6장. 사진 현상·인화 담당자

사진을 찍고 며칠을 기다리던 시절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에는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지금과 전혀 달랐습니다. 필름을 카메라에 넣고 사진을 찍습니다. 필름을 다 사용하면 사진관이나 현상소에 맡깁니다. 그리고 기다립니다. 사진이 어떻게 나왔는지는 현상이 끝나야 알 수 있었습니다. 사진관에서는 필름을 현상하고 사진을 인화하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사진을 찍자마자 화면에서 결과를 확인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삭제하고 다시 찍습니다. 사진을 수백 장 찍어도 비용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한 장 한 장이 귀했습니다. 현상과 인화라는 물리적인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직업을 완전히 사라졌다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현재도 국내에서 필름 현상과 스캔, 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실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확한 표현은 “대중적인 일상에서 사라져 간 직업”일 것입니다. 이것이 오히려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던 기술이 일부 사람들에 의해 다시 살아나기도 합니다. 최근 필름 사진이 다시 관심을 받으면서 현상과 스캔을 전문으로 하는 곳도 남아 있습니다. 기술은 과거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과거를 아주 작은 규모로 되살리기도 합니다.
 

7장. 삐삐 관련 업무

번호 하나에 마음을 담아 연락하던 시대

 

삐삐는 하나의 기계였지만 동시에 하나의 통신문화였습니다. 누군가에게 연락하려면 삐삐 번호를 호출하고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겼습니다. 상대방은 가까운 공중전화나 집전화에서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불편합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것이 빠른 연락수단이었습니다. 삐삐의 보급은 새로운 통신 관련 업무와 판매·관리 시장을 만들었지만 휴대전화가 대중화되면서 그 생태계는 빠르게 축소되었습니다. 한국의 직업 변화 자료가 1990년대를 컴퓨터 대중화의 시기로, 2000년대를 인터넷 연결망이 본격화된 시기로 구분하는 것처럼, 이 시기는 통신수단 자체가 빠르게 교체되던 시기였습니다. 삐삐가 사라진 뒤 우리는 문자메시지를 사용했고, 문자메시지는 메신저로 넘어갔습니다. 지금은 상대방이 메시지를 읽었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삐삐가 울렸다”는 사실만으로도 누군가 나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통신은 점점 빨라졌고, 동시에 점점 더 많은 정보를 담게 되었습니다. 삐삐가 사라진 것은 단순한 기기의 소멸이 아니라 사람과 연락하는 방식이 바뀐 사건이었습니다.
 

8장. 전산사식·수작업 식자 관련 인쇄직

글자를 컴퓨터로 입력하기 전의 마지막 인쇄 현장

 

인쇄업 역시 1990년대에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과거의 인쇄 현장에서는 활자와 사진식자, 식자·편집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했습니다. 이후 컴퓨터 편집과 전산화가 확대되면서 작업 과정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디자인 프로그램으로 글자와 이미지를 배치하고 파일을 보내면 인쇄가 이루어집니다.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글자를 조합하고 지면을 구성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전산사식이라는 이름의 업무도 존재했으며, 현재에도 전산사식이라는 명칭을 사업내용으로 사용하는 업체가 남아 있을 정도로 이 분야의 흔적은 확인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과거와 같은 수작업 중심의 식자·조판 과정이 크게 축소되었다는 점입니다. 인쇄업에서 컴퓨터는 단순한 도구 하나가 아니라 작업방식 자체를 바꾸었습니다. 글자를 다루는 사람이 컴퓨터를 다루는 사람으로 바뀌었고,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작업량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결국 기술은 한 직업을 없애는 동시에 그 직업의 업무를 다른 직업의 일부로 흡수했습니다.
 

9장. 수동 매표원

종이 한 장이 입장을 결정하던 시대

 

영화관이나 공연장에 가면 과거에는 매표소에서 표를 직접 구매해야 했습니다. 직원에게 영화를 말하고 돈을 내면 종이표를 받았습니다. 입구에서는 직원이 표를 확인하고 찢거나 회수했습니다. 지금은 온라인 예매가 일반화되었고 모바일 화면의 QR코드나 바코드를 이용해 입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현재도 영화관과 공연장에는 매표와 안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에 매표원이라는 직업 자체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종이표를 판매하고 사람이 직접 검표하는 방식이 일상의 중심이었던 시대는 크게 바뀌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차이입니다. 직업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직업의 업무가 기술 속으로 흡수된 것입니다. 과거에는 표 한 장이 실물로 존재했지만 이제는 서버의 데이터가 입장권이 됩니다. 종이는 사라지고 데이터가 남습니다. 이 작은 변화 속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얼마나 디지털화되었는지가 들어 있습니다.
 

10장. 은행 창구의 단순 업무 담당자

은행에 가야만 할 수 있었던 일들이 사라지다

 

은행은 과거와 현재의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공간 가운데 하나입니다. 예전에는 돈을 송금하거나 계좌를 확인하거나 각종 금융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은행에 직접 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번호표를 뽑고 창구 앞에서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직원에게 통장이나 서류를 건네고 업무를 처리했습니다. 지금은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으로 많은 업무를 집에서 처리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은행원이 사라졌다”고 말하면 사실과 다릅니다. 은행원이라는 직업은 지금도 존재합니다. 대신 과거 창구에서 사람이 반복적으로 처리하던 단순 업무의 상당 부분이 전산시스템과 모바일 서비스로 이동했습니다. 이것은 직업이 없어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변화일지도 모릅니다. 직업은 그대로인데 그 직업에서 사람이 담당하는 업무의 내용이 바뀌는 것입니다. 앞으로 AI 시대에 더욱 많이 나타날 변화도 바로 이런 모습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람은 남아 있지만 사람이 하던 일의 상당 부분은 기계가 처리하는 것입니다.
 

11장. 사라진 것은 직업이 아니라 ‘사람의 역할’일지도 모른다

기술은 직업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일을 재배치한다

 

우리가 사라진 직업을 이야기할 때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모든 직업이 어느 날 갑자기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는 직업의 업무 일부가 자동화되고, 인력이 줄어들고, 남은 사람들은 더 전문적인 일을 맡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타이피스트는 크게 줄었지만 문서작성 업무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은행 창구 직원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단순 입출금 업무의 상당 부분은 자동화되었습니다. 사진관은 남아 있지만 필름 현상 중심의 업무는 크게 줄었습니다. 영화관 직원도 존재하지만 종이표를 사고 사람이 직접 표를 확인하던 방식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결국 기술은 사람을 완전히 없애는 것보다 사람의 역할을 재배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직업의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 직업이 없어졌는가?”만 물어서는 안 됩니다. “이 직업에서 사람이 하던 일 가운데 무엇이 기계로 넘어갔는가?”를 함께 물어야 합니다. 이것은 지금 AI 시대를 이해하는 데도 상당히 중요한 질문입니다.
 

12장. 1990년대의 변화가 지금의 AI까지 이어졌다

컴퓨터가 타자수를 바꾸고, 인터넷이 비디오 가게를 바꾸고, AI가 다시 우리를 바꾸고 있다

 

1990년대의 변화는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컸습니다. 컴퓨터가 사무실에 들어왔고, 워드프로세서가 문서작성 방식을 바꾸었습니다.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정보를 찾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휴대전화가 보급되면서 삐삐가 사라졌고,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면서 필름 사진의 일상이 흔들렸습니다. 비디오테이프는 DVD로 바뀌었고, DVD는 다시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넘어갔습니다. 하나의 기술이 다른 기술을 밀어내는 변화가 반복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인공지능이 등장했습니다. 과거에는 주로 사람이 직접 해야 했던 반복적인 육체노동이나 단순 사무업무가 자동화의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글쓰기, 번역, 이미지 생성, 코드 작성, 정보정리와 같은 지적 작업까지 기술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곧 특정 직업이 사라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과거의 직업 변화에서도 보았듯이 새로운 기술은 기존 직업의 업무를 바꾸면서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변화 역시 언젠가는 하나의 직업사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13장. 언젠가 지금 우리의 직업도 사라진다

미래의 사람이 우리를 보며 “그때는 사람이 직접 했구나”라고 말할 때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뒤에는 어떤 직업들이 사라져 있을까요. 지금 우리가 컴퓨터를 사용해 문서를 작성하고, 스마트폰으로 결제하고, 직접 운전하고, 화면을 보며 고객을 응대하는 일이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미래에는 전혀 다른 방식이 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때의 사람들은 지금 우리의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신기해할지도 모릅니다. “왜 저 일을 사람이 직접 했을까?”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지금 타이피스트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것과 비슷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의 사람들도 한 가지는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의 기술은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오랫동안 일했고, 실패했고, 불편함을 견디며 기술을 발전시켰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타이피스트가 있었기 때문에 컴퓨터 문서작성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고, 비디오 대여점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스트리밍의 편리함이 얼마나 큰 변화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필름 사진이 있었기 때문에 디지털 사진이 얼마나 혁명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과거는 현재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만든 과정입니다.
 

맺음말

사라진 직업을 기억한다는 것은 우리의 시간을 기억하는 일이다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불과 30여 년입니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전화번호를 사람에게 물어보던 시대에서 검색창에 입력하는 시대로 넘어왔고, 비디오테이프를 빌리던 시대에서 스트리밍으로 영화를 보는 시대로 넘어왔으며, 필름을 현상하던 시대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시대로 넘어왔습니다. 타자기에서 컴퓨터로, 삐삐에서 스마트폰으로, 종이표에서 모바일 티켓으로, 은행 창구에서 모바일뱅킹으로 넘어왔습니다. 우리가 지금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모두 아주 최근에 만들어진 생활방식이라는 사실이 새삼 놀랍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습니다. 타이피스트가 있었고, 전화교환원이 있었으며, 비디오 대여점 직원이 있었습니다. 사진관에서 필름을 현상하던 사람이 있었고, 인쇄소에서 글자를 다루던 사람이 있었으며, 은행 창구에서 고객을 맞이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의 직업은 완전히 사라졌고, 어떤 사람의 업무는 기계로 넘어갔으며, 어떤 직업은 이름만 남은 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이전의 기술을 낡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낡은 기술과 직업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기술이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타자기가 있었기에 컴퓨터 문서작성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고, 비디오테이프가 있었기에 스트리밍 시대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으며, 필름카메라가 있었기에 디지털 사진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국 과거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지금의 모습 속에 흔적으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라진 직업을 기록하는 것은 옛날 이야기를 꺼내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온 시간을 기록하는 일입니다. 특히 1990년대 이후의 변화는 우리 세대가 직접 경험했습니다. 부모님 세대가 들려준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직접 비디오테이프를 빌렸고,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었고, 삐삐를 사용했고,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걸었으며, 컴퓨터가 처음 사무실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타자기를 사용했고, 어떤 사람은 직접 은행 창구에서 업무를 처리했으며, 어떤 사람은 종이 지도를 펼쳐 길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문득 궁금해집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 가운데 무엇이 다음 세대에게 가장 먼저 사라진 직업으로 기억될까요?

지금은 당연한 직업입니다.

지금은 필요한 직업입니다.

지금은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직업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사람들도 자신들의 직업이 그렇게 사라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타이피스트도 그랬을 것이고, 비디오 대여점 직원도 그랬을 것이며, 필름 현상과 인화 업무를 하던 사람들도 그랬을 것입니다.

세상은 그렇게 변해왔습니다.
 

직업은 사라지지만, 그 직업을 통해 살아간 사람들의 시간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 시간을 기록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역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 역시 언젠가는 누군가의 글 속에 등장할 것입니다.

“옛날에는 사람이 직접 그런 일을 했었다.”

그 한 문장 속에 우리가 살아온 시대가 남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사라진 직업을 이야기하면서 과거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시간을 바라봅니다.
 

1990년대에서 시작해 2000년대를 지나 2010년대를 거쳐 2026년까지.

불과 30여 년.

그 짧은 시간 동안 세상은 너무나 많이 변했습니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의 30년은 지금보다 더 빠르게 변할 것입니다.

어쩌면 다음 세대에게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조차 오래된 물건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 누군가가 오래된 사진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정말 사람이 직접 했구나.”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오늘 우리의 평범한 일상도 역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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